얼마 전 하수구에 버려졌다가 살아남아 나를 멍 때리게 만든 갓수구와 갓싱크,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 살아있다.

그런데 왜 갓씨(?)에서 얼씨(?)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겠다. 

녀석들이 갓이 아닌 얼갈이에서 나온 것 같다는 남의편의 뒤늦은 증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지어준 이름을 고수할지 어쩔지 고민하다가 '얼수구, 얼싱크'가 뭔가 발음이 리듬 있고, 어감이 좋아서 바꾸기로 하였다. 성(?)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얼수구는 청경채를 참 잘 먹는다. 한때 박쥐처럼 천정에 붙어서 꼼짝을 하지 않아서 죽은 줄 알았다. 그래서 떼어놓았더니 다시 매달리기를 반복, 얼수구는 그게 루틴인가 보다. 먹고 싸고 매달려 자고.

그런데 얼싱크가 심상찮다. 이 녀석이 이 자세로 벌써 10시간째 움직이질 않는다. 머리를 건드리면 움찔하는 것이 아직 죽지는 않았는데 1mm의 이동도 하질 않았다. 어린 녀석에게는 청경채가 입맛에 맛질 않는 것일까...

하루만 두고 보기로 했던 얼수구와 얼싱크. 이젠 눈 뜨자마자 밤새 안녕을 확인하고 있다.

내일 아침에도 녀석들과 더듬이 인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얼싱크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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