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갈이 뜯어먹다가 재수 없게(?) 내 집에 오게 된 달팽이 두 마리, 얼수구와 얼싱크.

사다 놓은 청경채가 다 떨어져서 상추를 주었다. 얼수구는 상추 속에 숨기도 하고 풀 뜯는 소리 내며 잘근잘근 씹어먹기도 했다. 하지만 얼싱크가 잘 움직이지 않는다. 하루에 1cm도 걸음 하지 않고 먹이를 상추로 바꾼 다음에는 먹지도 않는다. 얼수구가 얼싱크 위를 타고 넘어가도 꿈쩍하지 않는다.


얼싱크는 결국 멈췄다.

얼굴을 건드려봐도 움찔하지 않고, 엉덩이를 밀면 접착력이 없어져서 그냥 밀린다. 

벌어지지 않길 바란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틀 동안 그냥 두었다.

혹시 모르니까.

움직이는 것 같은 착시가 있었지만 얼싱크는 이틀 동안 그대로였다.


비가 억수같이 왔다. 얼싱크를 밖에 두면 어딘가로 떠내려갈 것 같아서 베란다 화단에 묻었다. 흙이 직접 닿지 않게 상추에 싸서. 혹시, 혹시,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라도.. 라면... 땅 속에서 나오기 쉽게 흙을 꽉꽉 누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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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싱크를 묻고 얼수구가 걱정됐다. 채소가게 가서 다른 달팽이를 데려와야 하나, 이제라도 밖에 놓아주어야 하나, 얼수구를 들여다보는 횟수가 잦아졌다. 


 얼수구의 오물거리는 입이 앙증맞고, 상추에 난 이빨 자국이 마냥 귀엽고, 뽀득뽀득 씹어먹는 소리가 정말 신기하다.



그냥...

그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까지...

곁에 둬야겠다.